고용연장의 꿈

이직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고용연장의 꿈을 이루다니 OTL

사실 이게 이렇게 기쁜 일이 될 줄은 몰랐고, 사실 난 기대치도 높았으며 다른 사람들의 나에 대한 기대치 역시 높았기 때문에 이렇게 기쁜 게 좀 속상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일단은 엄청 기쁘다, 행복해, 꺄악>ㅅ<

그래도 일단 실패라는 기분을 느껴본 것은 속상했다. 나는 행복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는 극대화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패라는 것이 전혀 익숙하지 않고, 경험해본 일도 없었다.

친구들이 내가 사회화되어 재미없다고 하면서 슬퍼하지만, 난 일부러 사회화된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무안해하겠지,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압박감을 느끼겠지,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자존심이 상하거나 열등감이 자극되겠지, 이런 걸 배우고 그걸 피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뿐이다.

무안한 것이 싫어서 무안하게 만드는 게 싫다. 솔직하다는 이름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피하고 싶다.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눈치없이 상처주는 것이 싫었다. 너무나도 우수해야만 할것같은 여러 외적 조건에, 사실 나는 그렇지 않음에도 그걸 설명해야하는 그게 너무 싫었어. 그런데 눈치없는 사람들은 당연히 내가 이러저러한 조건을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하더라. 괴롭고, 우울했고, 내가 열등한 인간인 기분이 들어서 힘들었다.

나는 배려심이 부족하여, 겉보기에 굉장히 거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 내 내심은 그렇지 않으니까,라고 이야기하며 도피하기에는 난 이미 사회생활을 하는 사회인이고, 직장인이며,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음을 자각하고 반성했다. 그건 내가 고쳐야하는 문제다.

괜찮아.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고, 나는 원하는 바를 이뤘으며, 더욱이 그 과정에서 배운 바가 굉장히 크다.




(내 친구와 소개팅을 한 사람이 '나는 실패해본 일이 없으며, 실패에는 어떠한 가치도 없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전혀 없다'라고 주장하였다는, 인생에서 승승장구만 한 동종업계인이 있는데, 사실 살짝 돌아온 나로서는 배움이 컸다고밖에...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된 것을 보면 실패에는 확실히 배우는 게 많아...근데 실패를 해본 일이 없는데 실패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알지?)

by 식연 | 2009/11/24 00:52 | 트랙백 | 덧글(1)

난 연애가 싫어

그리고 술 들이부은 김에 쓰는 건데, 난 연애가 싫어, 익숙하지 않아.

가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던데 나를 연애에 익숙한? 연애를 할 수 있는? 연애라는 활동이 가능한? 사람으로 보는 듯한 언급을 할 때가 아주 간혹이지만 있다.

그런 반응이 나올 때마다 왠지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난 사실 연애가 싫고, 연애를 할 줄 모르고, 연애를 익숙하다고 느껴보거나, 연애가 쉽다거나, 연애라는 것은 이렇게 하는 것이로구나라고 느껴본 일이 전혀 없다는 거다. (설마 그런 얘기가 내가 놀아보이게 생겼다거나 이런 건 아니겠지? 아니 나처럼 청순하게 생긴 여자한테 무슨..)(청순하다는 뜻을 통용되는 표현으로 오해하면 곤란함)

그래도 음 음 술마신 김에 또 자아도취에 빠져 써보면 사실 난 남자들이 싫어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아휴 부끄러워(뭔 소리야;). 역시 마찬가지로 술을 처들이부은 남자선배들한테 들은 말이니까 맞겠지? 근데 내가 몸매가 좋나? 소맥 7잔 정도 되면 칭찬을 고깝게 안 듣고 칭찬으로 듣는 청순한 마음가짐이 생기나? 하여간 근데 난 솔직히 외모보단 성격이 더 문제야...아후 사실 난 외모따위 피상적인 것이라고 외치면서도 내 외모에 집착하나봐 아니 집착한 건덕지나 있어야지 사실 난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간혹 어떤 사람들이 예쁘다고 얘기하면-아니 엄밀히 얘기해서 내 얼굴이 딱히 예쁜 얼굴은 아니긴 하니까- 갑자기 마구 부크러워지면서 아니 내가 내가 예쁘다고 얘기하는 건 그런 게 아닌데 아냐 마음의 눈으로 봐 사랑의 눈으로 보면 내 얼굴은 아름다워 하지만 내가 내가 정말 예쁘다는 건 아닌데라는 식으로 과도하게 놀라 헤엄치게 된다는 것. 그러니까 결국은 난 미인이 아닌거죠? 미인이면 이런 반응일리 없어 아흐 슬프다. 그리고 과민반응이라니 슬퍼효. 전 외모따위 쿨하게, 인생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결론적으로는 어느 쪽으로든 자의식 과잉. 결국은 나는 나 스스로도 내가 객관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괜찮다고 믿고 있다는 믿기 싫은 결론이 아주 자연스럽게 도출이 되네? 아우 청순하세요

소울메이트를 보다보면 연애라는 게 아주 지리멸렬하게 느껴져서 괴롭다.

그러니까, 내 연애도 좋은 종류의 남들이라면 충분히 미화시킬 만한 연애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끝난 이상 그것은 아름다운 추억으로서 남지 않고 나에게는 마치 홍상수식 내지 잘 봐줘봤자 박찬옥식의 풍경으로 보일 뿐이라서 가끔 나도 내가 비록 나 스스로, 내지 나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시키는 습성이 있다지만 심지어 연애마저! 이것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연애란 하기 싫은 행동인데, 왜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연애권하는 사회여서? 우아 왜들 그렇게 짝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사귀는 사람이 없다면 뭔가 부족하다거나, 연애를 해야한다거나, 그런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지 모르겠다. 난 솔직히 연애가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소개팅시켜달라고 부탁했어-_-; 소개팅도 하기 싫고, 선은 더 싫고, 연애도 싫어. 근데 왜?


술을 너무 심하게 들이부었더니 2시간 자고 도로 깨버렸구나 힘들다.

가하님의 블로그가 재밌다고 친한 언니한테 보여줬더니 마구 독파한 다음 '마치 니가 쓴 것 같아'라는 반응이라서 깜짝 놀라 '언니, 하지만 나는 전혀 재미있지 않고, 개그센스도 전혀 없고, 글도 훨씬 못 쓰잖아요'라고 말했으나, 그것 외에는 난 수긍하고 있는 건가? 그래도 뭔가 관점이라는 게 보는 위치같은 게 다르다는 생각을 할 때가. 사실 태도 자체는 그 언니의 반응은 이해가 가는 것 같지만 가하님이 싫어하시겠지...

술을 들이부었더니 글도 안 써지네 제대로 쓰고 있는건가;; 멀쩡한 것 같긴 한데 뭔가 살짝 갔어 내가 체력만 멀쩡했어도 이 정도로 가지는 않는데(사실 소맥폭탄 6~7잔 정도면 이미 심한건가). 난 사실 술이 싫고, 필름도 끊겨본 일이 없고, 몸을 못 가눠본 적도 없어서 뭐 술을 좋아하진 않는데 왜 요즘 자꾸 먹게 되는 거지 현실도피인가

by 식연 | 2009/11/11 07:17 | 헛소리 | 트랙백 | 덧글(6)

구분을 하라고

물론 지금 이건 소맥폭탄을 7잔 이상(혹은 5잔 이상? 마구 돌려서 이후 세지 않아 불명확) 엄청난 속도로 돌린 후 쓰는 주취중 헛소리이기 때문에 결국 술자리에서의 헛소리의 연장에 지나지 않음

아우 생각해보면 나도 은근히 술이 세다..지금도 맞춤법을 맞추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나 개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믿음, 신념과 타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규율을 어떤 정도에서 잡아야하는지 그 구분은 명백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예를 들어 솔까말 나는 좌파/우파로 치자면 우파에 가까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안에 있어서 나는 좌파에 가깝다고 해야할까, 난 미국식으로는 리버럴리스트(이게 현실적인가라는 의문이나 또는 비겁하지 않은가라는 점에 있어서는 일단 논외로 하고), 한국식으로는 중도우파에 속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다른 사람에게, 곧 사회 규율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낙태를 범죄로 규정함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고 있..그러니까 한 마디로 얘기해서, 난 낙태의 합법화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그러나 나는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이게 여기에 들어맞는 얘긴지는 모르겠으나, 기독교적 생활습관이 몸에 배여서) (그런 결과를 낳을 조건을 내가 충족시키는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가정의 가정을 한다고 쳐서) 개인적인 윤리관념으로는 낙태는 윤리적으로 죄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고

그러나 난 낙태의 합법화에 찬성하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낙태가 옳다거나,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할 것을 가정에 가정을 하고 또 가정을 하더라도 할 지는 모르겠다는 것, 근데 그걸 토론의 논의에 있어서 별개로 두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불결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난 정말 미혼의 여성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있어서 이런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이 혐오스러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신경쓰인단 말이야,

전 낙태의 합법화를 주장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오오 그렇다면 넌 피치못할 사정이 되면 낙태하겠구나ㅡ라는 반응은 뭐랄까 전혀 지적이지 않은 패턴입니다. 아니, 누가 그러셨다는 것이 아니고요,

자기 자신의 생활을 규율하는 윤리는 종교처럼 my own universe의 문제 아닌가.


또 내가 동성애에 찬성(물론, 존재에 대하여 찬반논의는 성립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하더라도, 나 개인적으로 ㅡ뭐가 문제냐고 생각하고는 있어도ㅡ 동성애를 하겠다는...잠깐만, 이게 옳은 동사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좀더 PC하게 표현해보자면 동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건 정말 개인 취향의 문제잖아.


음 그리고 내가 내 개인적인 생활에 대해서 더 유리함에 있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더 편안해지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거나 넘어가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아직까지도 치기어린 귀여움이 나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더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건 소맥 폭탄을 미친듯 돌고 난 다음의 주취포슷힝. 왜 여자는 자신의 사생활의 순결(?) 내지 순수함(?)에 대한 의심때문에 자유로이 의견을 개진하는 데 거부감 내지 불리함을 느껴야하는지에 관한 토로였음.


(옛날에 '간통죄는 폐지되어야지'라는 나의 주장에, '아니 그렇다면 배우자 있는 남편이나 아내에게 접근하여 가정을 파탄한다는 것이 괜찮다는 의미?'라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있었는데, 저기 안 괜찮지 당연히.................사실 이 정도로까지 반응해주신다면 할 말이 없긴 하다. 음 그래도 이 사람은 순진하고, 천진하고 윤리적인 구석이 있어서 좋은 선배이긴 하지만)

by 식연 | 2009/11/11 05:58 | 헛소리 | 트랙백 | 덧글(3)

그냥 이것저것 잡이야기

1. 블로그를 하는 사람은 조금 더 행복해진다는 얘기가 있다, 정말일까.

2. 예술가가 아닌 한 어떤 직업에 있어서 어떤 경지에 이르려면, 그리고 조금 더 행복해지려면 무덤덤해져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덤덤하고, 예민하지 않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프로훼셔널-하게 이겨내고, 감성이 지나치게 발달하면 안 될 것 같은 그거.

나는 이 직업을 선택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기까지를 돌아보면 그건 항상 나 자신 스스로를 관리하고, 무던하고 무난하게, 감성적이지 않게 만드는 작업도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민감하거나, 신경질적인 그런 모습들은 뭐- 지금이 좀더 덜 우울하고, 우울하더라도 더 빨리 추스르고, 그러니까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해야하는 거겠지. 옛날처럼 무의미한 뻘생각들은-나 스스로는 철학적이거나 예술적이라고 생각했던- 안 하고.

그런데 가끔 섭섭할 때가 있어, 난 옛날보다 덜 민감한 단어들을 사용하고-'덜'이라고 이야기하기보단 아예 달라졌다고 하는게- , 문장을 작성할 때 그저 뜻만 명료하게 통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단지 비문이나 맞춤법에 신경질적이 되었을 뿐이고. 옛날처럼 아름다운 문장에 감탄하던 때는 어디로 갔을까, 지금은 단지 명료하고 해체, 분석에 능한 문장력이 부러워.

그래서 조금 섭섭해. 옛날에는 비록 어리고, 치기어리고, 유치했을지언정 지금처럼 그냥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근데 생각해보면 그땐 그저 평범한 청소년이자 평범한 청년이었던 거잖아? 어차피 마찬가지군.

3. 난 그래서 예술가인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을 때가 있다. 나는, 책에서 모든 나의 생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주의야. 그렇지만, 예술가들은, 그렇다면 자신들이 살아갈 이의는 없다고 이야기하지. 어차피 다 있는 것이라면. 그런데 내가 그걸 부정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질투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고, 그렇다고해서 내가 예술의 가치를 폄하하는 건 아니거든. 그러니까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지만 예술은 훌륭하고 아름답고, 존재해야할 만한 그 무엇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내 저 생각과는 연결이 안 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까.

4. 이별을 핑계로 주변 사람들에게 치대는 것 같아서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이것이 우리들에게 가장 좋은 일이었고, 나도 납득하고, 그 사람도 납득하고, 서로 이해했지만,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 거의 처음의 '연애'라는 것인데 그것이 끝났음을 인정하고, 어떤 사랑이라는 것이 끝이 날 수 있다는 것을-이성적으로는 알았지만 실제로도- 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별로 좋은 상태는 아니다. 그래도 난 해야할 일이 있고, 그렇지.

그래도 좋은 사람이고, 좋은 사랑이었고,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마지막에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았던 건, 새삼 이야기해봤자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들뿐인 것 같고, 그래.

그렇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 울컥울컥하고 그런다. 나는 뭐랄까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갑자기 분위기 잡고 심각하고 심란한 듯이 이야기하는 것 못하겠어. 사실 이별이라는 게 그렇잖아, 누가 원했건간에 정말 싫어서 헤어지거나 질려서 헤어진 게 아니면 끝은 애틋하고 나같은 경우에는 특히 처음이다보니까 예민하단 말이지.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종일관 슬프거나 시종일관 괴롭거나 그립거나 그런 게 아니라고, 멀쩡한 일상을 보내다가 지금처럼 자야할 시간, 아니면 같이 나눴던 이야기, 영화, 장소, 말들, 이런 거 생각할때 갑자기 감상적이 되는 것 아니야. 그런데 갑자기 누가 물어본다고 해서 심각한 목소리로 '아뇨, 저 지금은...'쩜쩜쩜 이래야 하는 거야? 난 도대체 누가 이별을 캐쥬얼하게 이야기한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종류의 심각함은 그저 작위적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대체 거기에다가 '너 오래 사귀지 않았니?'라고 물어보는 건 무슨 센스, 짜증나. 진짜 짜증나,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했어' 이건 또 뭐? 내가 그동안 연애얘기를 그 사람과 했다거나, 상담을 했다거나, 내가 먼저 말을 꺼냈으면 또 몰라. 됐다고. 아예 말을 하지 마, 남의 끝난 연애사에 대해.

나는 지금 사랑이 끝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도 (감성적으로는) 힘들다고. 날 좀 내버려둬. 그냥, 아예 얘기를 안 했으면 좋겠어, 내가 원할 때 말고는. 그냥 툭툭 던지는 얘기들, 다 짜증나.

아 이렇게 쓸때까진 그렇게 내가 짜증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네. 나는 괜찮아, 내가 내 연애사를 가볍거나 밝게 이야기하는 건 괜찮은데, 남들이 그래도 된다는 건 아니거든. 내버려둬,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마디 던지느니 그냥 내버려두시라고 좀.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그렇게 힘든 건 아니잖아?

5. 나의 소녀시대에 대한 좋음과 싫음, 아 나는 소녀시대를 싫어하는 것일까 좋아하는 것일까 너무 혼란스러워. 나는 틀림없이 소녀시대를 싫어하고, 불편해하는데, 나는 왜 계속 소녀시대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하악대고 있을까, 아아아아아아 난 2ne1이 훨씬 좋고, 그들은 여자들은 불편하게 만들지 않아.

소녀시대는 불편해,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여자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자꾸 생각나. 너희들한테는 괜찮은거니, 아저씨들이나 군인동생들을 두고 앞에서 짧은 치마와 하이힐을 신고 너의 판타지를, 지니 for your 'boy'-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정말 괜찮은거니. 너의 뒷모습 캡쳐는 괜찮은거니, 다리만 훑어도 괜찮니, 정말, 아 뭐 그 아이들이 그다지 그런 거에 상처받거나 감수성이 다칠 정도로 순진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냥 어린 여자애니까 과거의 나를 동화시키는 거지 뭐

난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내가 여성체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나는 사람으로서 존재한다는 자각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비록 몇몇 선생들과 한 교감은 나를 범죄 성립은 힘들 정도로만 추행했고, 지하철의 아저씨는 날 범죄가 성립하도록 추행했으나,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성이라는 것에 대한 자각이 없거나 부족했던 것은 아니지만, 단지 내가 그 와중에서 여성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고, 누군가가 나를 '탐하는' 종류의 성에 내가 해당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고.

그래서 난 소녀시대가 불편하다. 그 아이들을 보면 마치 내가 옛날에, 딱 그 시절 그러니까 고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시절, 그때처럼 내가 누군가로부터 내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를 지배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그때를 보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여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성적으로 열패감을(사실 그 전에도 심한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있긴 있었다) 버리게 된 건 내가 그나마 권력이라는 걸-그러니까, 여자라고 누가 함부로 무시하지는 못할 만한 딱 그 정도의- 획득했을 때인 것 같다. 이제 나를 누군가가 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못하겠구나, 누군가가 나를 억누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못하겠구나, 그런거. 이제 더 높은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더라도 단지 불쾌하고, 그 사람들을 개념이 없고 파렴치하다고 치부할 지언정 열등감이나 수치심은 덜 느낀다.

그런데 소녀시대를 보면 그냥 내가 다시 약한 사람같단 말이지. 그냥 그들은 뭐랄까, 그저 남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무엇처럼.....아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야기해서 '꿈도 열정도 다 주고 싶어'라고 노래부르는 게 난 불편하다고. 난 그럴 수 없어, 그러지 않을거야, 나는 연상의 남자를 싫어했었어, 왜냐하면 왠지 나의 부모님같아질 것 같았거든.

아니 우리 부모님은 정말 행복한 커플이고, 우리 가족은 너무 전형적이기 때문에 현실에 별로 존재하지 않는 전형적 행복한 핵가족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난 그렇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 난 가부장에는-비록 우리 어머니는 그것에 매우 행복해하고 계시더라도-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인것 같은데, 연상의 남자를 만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나를 귀엽게 보고, 내가 하는 행동들을 이미 해봤기 때문에 나를 더 낮춰보지 않을까, 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이 있었어.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고, 연애도 해보고, 그러니까 이제는 지쳐서, 나를 귀여워해주고, 이끌어주고, 이해해주고, 이제는 둥글둥글해진 그런 사람이 좋지만..

6. 그래도 난 아직도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라던가, '나는 그 직업은 집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매일 야근해야하고, 밤샘도 있고, 애는 어떻게 키우고'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잘 모르겠다. 싫다.

사람들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내 기준과는 다른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지만, 부모님에게서 세뇌되다시피 받은, 직업이란 인생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직업은 정말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을 해야한다는, 그런 가치관이 지나치게 확립되어서인지, 난 그런 얘기를 들으면 불편해진다. 그렇게 공부하고서, 그렇게 노력하고서,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그런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것이었어? 하기사 나에게는 '열정'의 대상인 것이, 다른 사람에 있어서는 그저 직업선택의 일환이라는 점은 당연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남자가 그런 얘기하면 짜증나. 여자가 얘기하면 자기 기준으로 얘기하는 거니까 오케이, 그런데 남자가 얘기하면 너네는 그래야된다는 거잖아, 내 기준과는 무관하게.

7. 난 포미닛 빼고 모든 걸그룹을 좋아하는데(이제 인정하는구나), 사실 소녀시대도 좋고(싫지만), 난 원덕후고, 2ne1은 너무 귀엽고, 카라는 깜찍하고 뭐 그렇다.

그러다보니 예쁜 여자가 주변에 있으면 꼭 챙겨보고, 확인하는데, 그런 나에 익숙하지 않은 몇 사람으로서부터 재미있는 반응을 얻었다.

'왜, 경계하는 거야?'
'왜, 보고서 나보다 이쁜 거 아냐 이러면서 경계/질투하게?'



이 뭥미;;;; 처음 얘기 들었을 땐 깜짝 놀라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근데 이후에 그런 반응을 몇 번 더 얻으니까 좀 고민하게 되는 것이 다음과 같은 경우의 수인 것 같다.

(1) 내가 그런 비생산적인 일을 할 정도로(그렇다고 예쁜 여자 챙겨보는 게 딱히 생산적인 것 같진 않지만) 허영끼가 있어보인다.
(2) 여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비현실적 인식이 팽배해있다.

위 둘 모두인 것 같은데, 세상에, 난 내가 아름답다고 믿는 것과는 별개로, 난 솔직히 내가 아름다움으로 누군가 경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그건 완전히 무리라고. 그러니까 공부하는 거 아냐(....), 난 나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것에는 모든 비현실적인 현실의 기준은 모두 버리고 바라본단 말이야, 그러니까 난 아름답지만 예쁜 걸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해야하는 걸까, 뭐랄까? 아 모르겠다. 그저 놀라울 뿐, 도대체 왜 예쁜 여자들을 챙겨보면서 질투한다는 거지? 왜??;; 정말 비생산적이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면 아 뭐랄까 슬프다. 아니 그렇다고 예쁜 여자 챙겨보면서 하악대는 게 생산적인 건 아니지. 아 하여간.

8. 이제 자야지.

by 식연 | 2009/07/27 02:32 | 헛소리 | 트랙백 | 덧글(6)

(어떤) 남자들에 관하여

정말 재수없는 종류의 남자들이 있는데, 자신이 마초이며, 이 현대생활에 잘 적응하여 우월한 사회생활 및 일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일은 그럭저럭 하고, 대부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거만하기 때문에 타인이 그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기때문에(왜냐하면 해봤자 소용이 없으니까) 자신의 결점이 없다고 착각한다. 거만하다는 말을 들으면 난 우월하다고 만족스러워하거나, 나한테서 흠을 찾으려는 열등감있는 자들의 노력이라고 생각하거나, ㅡ 난 너무나 여성스러운 여자라 그 원인은 도저히 모르겠지만ㅡ 하여간 반성이 없다.

그리고 약한 여자들을 경멸한다. 물론 약하다면 남자들도 경멸하지만, 원래 사람이라면 동족에는 관대해지는 법이다. (게다가 그런 남자들은 자신들의 비합리적인 행태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보기에 여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면 역시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왜 여자들은 자신에게 결점이 되는 것들을 앵앵거리며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왜 남녀평등을 부르짖을 땐 어쩌고 자긴 여자라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회피하냐고, 왜 여자들은 전자기기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디자인만 따지고, 미각도 없으면서 비싸다는 커피나 음식은 좋다고 쫓아다니는 실속없는 허영꾼이라고, 대부분 여자들의 취향이 아니라고 알려진, 그러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야구의 룰, 전자기기나 차의 스펙과 가치, 이런 것에 대해서 모르는 것을 열등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여자, 자기 가족한테는 매우 잘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에게 자신이 베푸는 온정의 크기만큼 그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결점을 찾아내고 바라보면서 즐거워한다. 아마 그들에게 애인, 아내란 평생 '여자'로밖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난 멋대로 생각했다. 어쩌면 그들의 딸은 아버지의 눈에 '여자'ㅡ성적인 의미가 아니다ㅡ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약한 존재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내 나이는 얼마 안 되지만 거만한 남자를 수없이 만나본 사람으로서 말하는 건데, 겉으로 얌전하고 순해보이는 남자도 다르지 않다.


(내가 어떤가 궁금하겠지만, 나야 굉장히 우아하고 여성스러워서, 약한 남자에게는 일말의 섹시미도 느끼지 못하고, 동족에게 관대하여 약한 여자에겐 잘해주고-심지어 그들은 섹시하기까지 하다-, 비록 남자들이 화장품종류와 기능에 대해서 모른다고 해도 무시하지 않는, 정치적으로 올바름을 갖춘 완벽한 여자.)
(사실 난 그 마초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사실 나랑은 꽤나 상성이 맞기 때문에ㅡ나도 거만해서ㅡ 지내기 편한 편이다.)
(내가 여성스러움을 표방하는 것은 그들이 내 삶에 개입하는 게 귀찮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외부적 여성성은 내 삶에 참견하길 원치 않는 남자들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by 식연 | 2009/07/03 00:06 | 헛소리 | 트랙백 | 덧글(2)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