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27일
그냥 이것저것 잡이야기
1. 블로그를 하는 사람은 조금 더 행복해진다는 얘기가 있다, 정말일까.
2. 예술가가 아닌 한 어떤 직업에 있어서 어떤 경지에 이르려면, 그리고 조금 더 행복해지려면 무덤덤해져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덤덤하고, 예민하지 않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프로훼셔널-하게 이겨내고, 감성이 지나치게 발달하면 안 될 것 같은 그거.
나는 이 직업을 선택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기까지를 돌아보면 그건 항상 나 자신 스스로를 관리하고, 무던하고 무난하게, 감성적이지 않게 만드는 작업도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민감하거나, 신경질적인 그런 모습들은 뭐- 지금이 좀더 덜 우울하고, 우울하더라도 더 빨리 추스르고, 그러니까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해야하는 거겠지. 옛날처럼 무의미한 뻘생각들은-나 스스로는 철학적이거나 예술적이라고 생각했던- 안 하고.
그런데 가끔 섭섭할 때가 있어, 난 옛날보다 덜 민감한 단어들을 사용하고-'덜'이라고 이야기하기보단 아예 달라졌다고 하는게- , 문장을 작성할 때 그저 뜻만 명료하게 통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단지 비문이나 맞춤법에 신경질적이 되었을 뿐이고. 옛날처럼 아름다운 문장에 감탄하던 때는 어디로 갔을까, 지금은 단지 명료하고 해체, 분석에 능한 문장력이 부러워.
그래서 조금 섭섭해. 옛날에는 비록 어리고, 치기어리고, 유치했을지언정 지금처럼 그냥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근데 생각해보면 그땐 그저 평범한 청소년이자 평범한 청년이었던 거잖아? 어차피 마찬가지군.
3. 난 그래서 예술가인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을 때가 있다. 나는, 책에서 모든 나의 생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주의야. 그렇지만, 예술가들은, 그렇다면 자신들이 살아갈 이의는 없다고 이야기하지. 어차피 다 있는 것이라면. 그런데 내가 그걸 부정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질투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고, 그렇다고해서 내가 예술의 가치를 폄하하는 건 아니거든. 그러니까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지만 예술은 훌륭하고 아름답고, 존재해야할 만한 그 무엇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내 저 생각과는 연결이 안 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까.
4. 이별을 핑계로 주변 사람들에게 치대는 것 같아서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이것이 우리들에게 가장 좋은 일이었고, 나도 납득하고, 그 사람도 납득하고, 서로 이해했지만,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 거의 처음의 '연애'라는 것인데 그것이 끝났음을 인정하고, 어떤 사랑이라는 것이 끝이 날 수 있다는 것을-이성적으로는 알았지만 실제로도- 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별로 좋은 상태는 아니다. 그래도 난 해야할 일이 있고, 그렇지.
그래도 좋은 사람이고, 좋은 사랑이었고,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마지막에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았던 건, 새삼 이야기해봤자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들뿐인 것 같고, 그래.
그렇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 울컥울컥하고 그런다. 나는 뭐랄까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갑자기 분위기 잡고 심각하고 심란한 듯이 이야기하는 것 못하겠어. 사실 이별이라는 게 그렇잖아, 누가 원했건간에 정말 싫어서 헤어지거나 질려서 헤어진 게 아니면 끝은 애틋하고 나같은 경우에는 특히 처음이다보니까 예민하단 말이지.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종일관 슬프거나 시종일관 괴롭거나 그립거나 그런 게 아니라고, 멀쩡한 일상을 보내다가 지금처럼 자야할 시간, 아니면 같이 나눴던 이야기, 영화, 장소, 말들, 이런 거 생각할때 갑자기 감상적이 되는 것 아니야. 그런데 갑자기 누가 물어본다고 해서 심각한 목소리로 '아뇨, 저 지금은...'쩜쩜쩜 이래야 하는 거야? 난 도대체 누가 이별을 캐쥬얼하게 이야기한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종류의 심각함은 그저 작위적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대체 거기에다가 '너 오래 사귀지 않았니?'라고 물어보는 건 무슨 센스, 짜증나. 진짜 짜증나,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했어' 이건 또 뭐? 내가 그동안 연애얘기를 그 사람과 했다거나, 상담을 했다거나, 내가 먼저 말을 꺼냈으면 또 몰라. 됐다고. 아예 말을 하지 마, 남의 끝난 연애사에 대해.
나는 지금 사랑이 끝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도 (감성적으로는) 힘들다고. 날 좀 내버려둬. 그냥, 아예 얘기를 안 했으면 좋겠어, 내가 원할 때 말고는. 그냥 툭툭 던지는 얘기들, 다 짜증나.
아 이렇게 쓸때까진 그렇게 내가 짜증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네. 나는 괜찮아, 내가 내 연애사를 가볍거나 밝게 이야기하는 건 괜찮은데, 남들이 그래도 된다는 건 아니거든. 내버려둬,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마디 던지느니 그냥 내버려두시라고 좀.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그렇게 힘든 건 아니잖아?
5. 나의 소녀시대에 대한 좋음과 싫음, 아 나는 소녀시대를 싫어하는 것일까 좋아하는 것일까 너무 혼란스러워. 나는 틀림없이 소녀시대를 싫어하고, 불편해하는데, 나는 왜 계속 소녀시대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하악대고 있을까, 아아아아아아 난 2ne1이 훨씬 좋고, 그들은 여자들은 불편하게 만들지 않아.
소녀시대는 불편해,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여자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자꾸 생각나. 너희들한테는 괜찮은거니, 아저씨들이나 군인동생들을 두고 앞에서 짧은 치마와 하이힐을 신고 너의 판타지를, 지니 for your 'boy'-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정말 괜찮은거니. 너의 뒷모습 캡쳐는 괜찮은거니, 다리만 훑어도 괜찮니, 정말, 아 뭐 그 아이들이 그다지 그런 거에 상처받거나 감수성이 다칠 정도로 순진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냥 어린 여자애니까 과거의 나를 동화시키는 거지 뭐
난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내가 여성체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나는 사람으로서 존재한다는 자각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비록 몇몇 선생들과 한 교감은 나를 범죄 성립은 힘들 정도로만 추행했고, 지하철의 아저씨는 날 범죄가 성립하도록 추행했으나,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성이라는 것에 대한 자각이 없거나 부족했던 것은 아니지만, 단지 내가 그 와중에서 여성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고, 누군가가 나를 '탐하는' 종류의 성에 내가 해당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고.
그래서 난 소녀시대가 불편하다. 그 아이들을 보면 마치 내가 옛날에, 딱 그 시절 그러니까 고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시절, 그때처럼 내가 누군가로부터 내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를 지배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그때를 보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여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성적으로 열패감을(사실 그 전에도 심한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있긴 있었다) 버리게 된 건 내가 그나마 권력이라는 걸-그러니까, 여자라고 누가 함부로 무시하지는 못할 만한 딱 그 정도의- 획득했을 때인 것 같다. 이제 나를 누군가가 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못하겠구나, 누군가가 나를 억누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못하겠구나, 그런거. 이제 더 높은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더라도 단지 불쾌하고, 그 사람들을 개념이 없고 파렴치하다고 치부할 지언정 열등감이나 수치심은 덜 느낀다.
그런데 소녀시대를 보면 그냥 내가 다시 약한 사람같단 말이지. 그냥 그들은 뭐랄까, 그저 남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무엇처럼.....아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야기해서 '꿈도 열정도 다 주고 싶어'라고 노래부르는 게 난 불편하다고. 난 그럴 수 없어, 그러지 않을거야, 나는 연상의 남자를 싫어했었어, 왜냐하면 왠지 나의 부모님같아질 것 같았거든.
아니 우리 부모님은 정말 행복한 커플이고, 우리 가족은 너무 전형적이기 때문에 현실에 별로 존재하지 않는 전형적 행복한 핵가족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난 그렇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 난 가부장에는-비록 우리 어머니는 그것에 매우 행복해하고 계시더라도-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인것 같은데, 연상의 남자를 만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나를 귀엽게 보고, 내가 하는 행동들을 이미 해봤기 때문에 나를 더 낮춰보지 않을까, 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이 있었어.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고, 연애도 해보고, 그러니까 이제는 지쳐서, 나를 귀여워해주고, 이끌어주고, 이해해주고, 이제는 둥글둥글해진 그런 사람이 좋지만..
6. 그래도 난 아직도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라던가, '나는 그 직업은 집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매일 야근해야하고, 밤샘도 있고, 애는 어떻게 키우고'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잘 모르겠다. 싫다.
사람들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내 기준과는 다른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지만, 부모님에게서 세뇌되다시피 받은, 직업이란 인생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직업은 정말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을 해야한다는, 그런 가치관이 지나치게 확립되어서인지, 난 그런 얘기를 들으면 불편해진다. 그렇게 공부하고서, 그렇게 노력하고서,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그런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것이었어? 하기사 나에게는 '열정'의 대상인 것이, 다른 사람에 있어서는 그저 직업선택의 일환이라는 점은 당연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남자가 그런 얘기하면 짜증나. 여자가 얘기하면 자기 기준으로 얘기하는 거니까 오케이, 그런데 남자가 얘기하면 너네는 그래야된다는 거잖아, 내 기준과는 무관하게.
7. 난 포미닛 빼고 모든 걸그룹을 좋아하는데(이제 인정하는구나), 사실 소녀시대도 좋고(싫지만), 난 원덕후고, 2ne1은 너무 귀엽고, 카라는 깜찍하고 뭐 그렇다.
그러다보니 예쁜 여자가 주변에 있으면 꼭 챙겨보고, 확인하는데, 그런 나에 익숙하지 않은 몇 사람으로서부터 재미있는 반응을 얻었다.
'왜, 경계하는 거야?'
'왜, 보고서 나보다 이쁜 거 아냐 이러면서 경계/질투하게?'
이 뭥미;;;; 처음 얘기 들었을 땐 깜짝 놀라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근데 이후에 그런 반응을 몇 번 더 얻으니까 좀 고민하게 되는 것이 다음과 같은 경우의 수인 것 같다.
(1) 내가 그런 비생산적인 일을 할 정도로(그렇다고 예쁜 여자 챙겨보는 게 딱히 생산적인 것 같진 않지만) 허영끼가 있어보인다.
(2) 여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비현실적 인식이 팽배해있다.
위 둘 모두인 것 같은데, 세상에, 난 내가 아름답다고 믿는 것과는 별개로, 난 솔직히 내가 아름다움으로 누군가 경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그건 완전히 무리라고. 그러니까 공부하는 거 아냐(....), 난 나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것에는 모든 비현실적인 현실의 기준은 모두 버리고 바라본단 말이야, 그러니까 난 아름답지만 예쁜 걸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해야하는 걸까, 뭐랄까? 아 모르겠다. 그저 놀라울 뿐, 도대체 왜 예쁜 여자들을 챙겨보면서 질투한다는 거지? 왜??;; 정말 비생산적이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면 아 뭐랄까 슬프다. 아니 그렇다고 예쁜 여자 챙겨보면서 하악대는 게 생산적인 건 아니지. 아 하여간.
8. 이제 자야지.
# by | 2009/07/27 02:32 | 헛소리 | 트랙백 | 덧글(6)












